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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정지

[ 전기 통신 금융 사기 ] - 권리 포기와 맞바꾼 귀찮음의 무게, 채무부존재 소송

by O-AREA 2026. 4. 22.

본인서명사실확인서를 발급 받으려면 박장에서 하노이에 위치한 대한민국 대사관까지 왕복 3시간을 길 위에서 버려야한다.

게다 이 짧은 업무를 위해 소중한 반차나 연차까지 써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내키지 않았다.

물론 지급정지 여파로 한국 명의의 모든 계좌가 비대면 거래 제한이 걸려버린 건 뼈아픈 일이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현재 베트남에서 주재원으로 근무 중에 있다. 현지 은행 통장이 있고 생활 기반이 이 곳에 있기에 

전 포스팅에도 언급 했지만 굳이 그 아까운 시간을 들여 하노이까지 달려가지 않기로 했다.

다만 앞서 카카오뱅크 보이스 피싱 전담 센터 상담원과 상담 중 알게 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진행 해보기로 했다.

이름부터 생소한 이 소송, 대체 무엇일까?


Q.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무엇인가요?

 

쉽게 말해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원고(나)가 피고(상대방)에게 갚아야 할 채무(빚)이 존재하지 않음을

법원이 공식적으로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는 소송이다. 

" 나는 저 사람에게 줄 돈이 없으니, 내 권리를 제한하지 마라" 고 법적 선언을 하는 셈이다.

 

Q. 이의제기를 스스로 포기하셨는데 소송은 왜 하나요?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의심으로 계좌가 지급정지되면, 법적으로는 은행에 이의제기를 해서 해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하지만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취지상, 어딘가에 실재할지 모르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은행은 이의제기를 매우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검토한다. 

서류 몇장으로 결백을 증명하기에는 그 문턱이 너무나도 높다.

사실 나는 2023년도에도 이미 한 차례 지급정지를 겪은 적이 있다.

당시 베트남 동(VND)을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고,

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봉계약서, 카톡 대화 내역, 이체 증빙 등을 정리해서 한국에 있는 기업은행 본점까지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다.

은행 측은 내가 제출한 서류 외에도 거래 당시의 날짜, 시간, 분, 초가 정확히 찍힌 CCTV 영상이 있어야한다며

나의 이의제기를 불수용했다. 개인이, 그것도 해외 주재원으로 나와 있는 상황에서

길거리나, 아파트에 있는 CCTV를 초 단위로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그 높은 벽에서 나는 깊은 무력감을 느꼈었다.

그래서 이번 카카오뱅크 건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지급정지를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은 은행에 이의제기를 하거나,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하지만 상대방의 피해구제 신청이 이미 접수된 상태에서 은행에 매달리는 것은 예전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결국 나는 은행의 보수적인 잣대에 기대를 걸기보다, 법원이라는 객관적인 심판대 위에 사건을 올리기로 했다.

피고에게는 정당한 반박의 기회를 주고, 나 또한 법적으로 '채무가 없음'을 확정받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이의제기/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비교


 

Q.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지급정지된 순간부터 할 수 있는건가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지급정지가 된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즉시 소송이 가능하다.

지급정지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확인의 이익*이라는 법적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 계좌가 묶여서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해진 그 시점부터

"나는 빚이 없으니 이 제약을 풀어달라"고 청구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다.

보통은 다들 유선 신고 상에서 피해구제신청이 접수되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해지되기 때문에 

이를 기다렸다가 피해자가 피해구제신청을 할 경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진행한다.

다만 피해구제신청이 접수된 이후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진행할 경우 

금감원에 공고되는 2~3개월 내에 소송을 진행할 수 있고 피해금이 환급된 다음부터는 소송을 진행하지 못한다.

 

확인의 이익이란?

내가 지금 이 소송을 꼭 해야만 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법원은 아무 소송이나 다 받아주지 않고, 원고가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익이 있을때만

재판을 진행하는데, 이 지급정지의 상황에서 확인의 이익은 매우 확실한 상태이다.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조건 

- 1. 권리나 법적 지위의 불안 : 내 재산권(은행 계좌)이 침해당하거나 위협받고 있는가? ( YES : 지급정지 상태 )

  2. 현존하는 위험 : 그 위험이 나중에 생길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가?( YES : 비대면 거래 제한 중 ) 

  3. 가장 유효적인 수단 : 소송을 통해 판결 받는 것이 이 불안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가? 

      (YES : 이의제기가 불수용된 상황에서 이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건 재판을 통해 승소 후 판결문을 제출하는 것이다)

       ※확인의 이익이 없으면 법원은 본안 심리(누가 맞나 틀리나)를 하기도 전해 사건을 각하(거절) 한다.

        


Q.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우리가 알고 있는 민사 소송과 다르다는데 어떻게 다른가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말그대로 "공격과 수비과 바뀐 소송" 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민사 소송은 상대방에게 "내 돈 내놔!" 라고 공격하는 것이라면 

채무부 존재 소송은 "나 줄돈 없으니 확인해줘"라고 방어하는 소송이다.

입증 책임은 소를 제기한 사람이 모든 증거를 대야하지만, 이 소송은 반대이다.

내가 소송을 걸게되면 상대방이 나에게 돈 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것을 증명해야한다. 

 

민사소송과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비교


 

평생 법을 모르고 살아왔는데 며칠간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말이 참 많은 소송이라고 한다.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있었던' 모든 일들을 끄집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수다스러운 소송이 반갑다. 기업은행에서 CCTV 초 단위 영상을 가져오라며

내 입을 막았던 그 답답한 행정 절차보다,

법원에서 내 억울함을 구구절절 쏟아낼 수 있는 이 기회가 훨씬 인간적이고 희망적이기 때문이다

 

( 제 6편 : "나 홀로 소송-채무부존재확인 소송 시작"로 이어집니다. )